강우가 꽃받침하고 규선을 빤히 봄. 눈싸움하자는 건가? 규선은 귀 뒤를 북북 긁다가 습관적으로 강우를 노려봄. 강우가 슥 먼저 눈꺼풀을 내리자 눈싸움에서 이긴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짐. “형은 누구랑 결혼하고 싶어?”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규선의 눈이 동그래짐. “어?” “이제 슬슬 결혼할 사람 정해야 하지 않아? 형한텐 보호자가 필요해. 그래야 안전해...
“김도경이랑 자보려고.” 뭐? 고개를 들자 언제나 그렇듯 무심해 보이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장우희가 살점이 얼마 없는 턱을 세워 문 쪽을 가리키자 정여원의 고개도 따라 움직였다. 시선 끝에 층 없는 고전적인 생머리를 유지하는 김도경이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과방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그녀를 보자 내 이마로 실금 같은 주름이 잡혔다. 진짜 너 왜...
겸우는 기주 손에 딸기우유를 들려주고 누군가를 기다림. 몸이 늘어지는 더운 날이라 지친 기색이 역력함. 카페라도 들어갈까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는 사이. “야, 한겸우!” 저 멀리서 태준이 흔들며 옴. 그러다 겸우 다리에 기대 딸기우유를 먹으려는 기주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와서 번쩍 안아올림. 갑자기 높아진 시선 때문에 벌어진 기주의 입을 다물려주며 ...
새해 어른을 보기만 하면 두 손을 이마에 모으고 개구리처럼 납죽 엎드리는 기주. 그런 기주가 예뻐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머니가 쉽게 열림. 오만 원짜리를 들고 다니며 헤헤 웃던 기주는 복잡한 눈을 하는 한정우와 눈이 마주치자 우뚝 섬. 한정우는 이 네 살짜리 조카가 낯설기만 함. 예정에 조카라는 게 없었음. 생긴다고 해도 서른이 훨씬 넘어서 제 계획하에. ...
어느 날 회사에서 점심시간. 좋은 냄새에 이끌려 장해경은 바로 반응함. 시선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무채색인 세상 속에서 유독 혼자 색을 입은 것처럼 선명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함. 사수인 유 대리 뒤를 종종 따라가는 한겸우임. 유대리가 얄미운지 뒤를 따라 걷던 한겸우가 소리없이 주먹을 들어 쥐어박는 시늉을 하고 얼른 고개를 숙임. 다행히 그걸 본 사람은 장...
어느 일상 집에서 요리 놀이하기로 해서 들뜬 기주. 오늘은 샌드위치 만들 예정임. 한겸우가 재료를 준비하는 사이 기주는 모자에 앞치마를 쓰고 의자에 앉아 기다림. 재료가 준비되어 기주 앞으로 도착하자 작은 손이 장난감 도마에 식빵을 올려놓고 장난감 칼로 반으로 싹 자름. 그 위에 잼을 바르고 누텔라까지 바르자 턱을 괴고 심각하게 지켜보던 마기연이 인상을 씀...
[남친 갔어, 이제 와도 돼] 카톡 하나가 도착함. 장해경은 문자를 받고 의문스러운 눈을 함. 내일 일정을 소화하려면 미리 지방으로 내려가 있어야 해서 방금 한겸우와 작별하고 나온 상황. 방금 집에서 나온 사람은 자신. 지금 마기연은 회사에 떨어진 불 때문에 야근할 예정이라 집에 없었음. 그러니까 한겸우가 남친이라 지칭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깨닫자 이상하...
남친 갔어 와두 돼 썰 막 차에 몸을 쑤셔 넣은 마기연은 징징 울리는 휴대폰을 봄. 상단에 뜬 이름은 한겸우. 이건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카톡을 보내. 기분이 좋아진 마기연은 픽 웃으며 내용을 확인함. [남친 갔어 지금 와도 돼] 문자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그래, 내가 한겸우 남친이지. 그건 잘 아네. …근데 누가 집에 오는데?’ 도무지 이해...
기주 낳은 후로 밤낮으로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한겸우임. 한겸우는 괜찮다고 하지만 마기연은 괜찮지 않음. 수술실에서 차게 식은 한겸우가 중환자실로 옮겨 갔을 때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걸 경험했었음. 차가운 손발을 만질 때면 그 날의 악몽이 재현되는 기분임. 그래서 마기연은 밤마다 차가운 한겸우 손발을 문대주며 잠을 자는 게 일상임. 밤마다 바람이 들까 안아...
02 한겸우도 은근 눈에 띄는 얼굴이란 말이지. 이태준은 잠시 전공책을 안고 선 한겸우를 내려다 봄. 몇 달 사이 젖살이 내려, 어린 티가 사라지자 분위기가 무르익음. 밤새 잠을 자지 못했는지 눈 밑이 벌겋고,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에 목을 덮는 얇은 아이보리 스웨터를 입고 있음. 품이 큰 터특넥 사이로 튀어나온 선이 예쁜 목과 전체적으로 색이 옅...
01 [안녕하세요, 후배님.] 장해좆 선배. 이제 안 볼 줄 알았던 이름이 휴대폰 상단에 뜬 걸 보고 흠칫 놀람. 혹시 누가 봤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림.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누군데 당황해?”하고 물은 친구가 눌러버려 1이 사라진 상태임. 좆됐다. 싶지만 이태준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으로 유연하게 문자를 작성함. [선배님 어쩐 일이세요? 방금 겸우 갔는...
“아빠, 아빠 기주 어린이래.” "기주는 어린이." 며칠 전부터 기주는 자신이 어린이라는 걸 강조하고 다님. 기주는 어린이날마다 선물을 받는다는 걸 알아채고 혹시 아빠들이 기주가 어린이라는 걸 잊어버릴까 노심조차 매일 알려줌. 달력에 뽀로로 스티커를 붙이며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기주가 귀여웠던 기연은 턱을 괴고 있다가 한마디를 틱 던짐. “기주 이제 어른이던...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