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방 안에서는 밖의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시몬의 안전을 약속받았어도 갇혀있으면 모든 게 의심됐다. 드센드 백작이나 레자흐라가 시몬을 해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했고, 없으면 만들면 됐다.불안감에 떠는 록셀에게 답을 줄 백작은 이틀이 되도록 찾아오지 않았다. 저택은 조용했고, 밖에는 비가 내렸다. ...
05 백작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손바닥으로 귀를 만지작거리더니, 입술을 열었다. “내가 뭘 잘못 들은 거 같군. 록셀이 그런 일을 벌일 리 없지 않은가. 아무리 뛰어나지 않은 아이여도 귀족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아이네.”“시종장 아래에 깔려 다리를 벌리는 걸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확인도 해보았고요....
04 남자의 모습은 흡사 유령과도 같았다. 벽을 보며 갑작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록셀에 바지를 벗던 시몬의 손을 멈추게 했다. 록셀의 눈에 시몬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자로 다물어진 남자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레자흐의 몸을 이루는 근육을 당기며 이쪽으로 달려오자 록셀은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이 드센드 백작을 따라 사냥을 갔을 때 보았던 맹수의 ...
03 저택은 고요했고 그 고요는 록셀을 지치게 했다. 어떤 감흥을 주지 않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록셀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마구잡이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잡아냈다. 빗소리에 희미하게 말의 울음이 들렸다. 이렇게 가까이 말 울음이 들린다는 건, 누군가가 마구간에서 말을 꺼냈다는 뜻이었다. 보통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다.록셀은 의...
02 록셀은 팔을 크게 벌려 안아달라고 졸랐으나 시몬은 움직이지 않고 엄한 표정을 지었다. 철없는 행동을 질타하는 얼굴이었지만, 이렇게 제가 찾아오지 않으면 시몬은 따로 만나러 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쁨 틈을 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알지, 연인이 왔는데 반가운 기색이 전혀 없으면 속상해.”“낮에 이렇게 오시면...
01 국경에서 날아온 레자흐의 소식에 권태로웠던 드센드가가 바빠졌다. 레자흐의 소식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국경에서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던 야만족인 갈레인을 5년 만에 굴복시키고 제국의 영광을 되찾아 귀환 중이었다. 열여덟밖에 되지 않던 소년을 전쟁터를 몰아세운 건 드센드 가였는데도 그가 드센드 가에 속해 있어, 남자의 영광은 드센드의 영광이기도 했다. 사지...
00 바닷가에 인접한 잉크리트 지방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의 기세가 비로 한풀 꺾였다. 이자벨이 키우는 고양이가 창가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사납게 울어댔다. 잠을 방해받아 내는 얇고 긴 울음은 누군가의 잠을 깨우기 충분해 어린 록셀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잠을 방해받아 마음이 상한 록셀은 긴 하품을 하며 맨발로 이자벨에게 달려갔다. 오늘따라 칭얼거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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