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퇴근하고 돌아온 집. 침대에 분해 우는 겸우를 발견하고 기연의 눈이 커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감. 애를 울려놓은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나지만 애써 꾹 눌러 참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려함. “울지마 못생겼어.” “이씨.” 서럽지만, 겸우는 눈가를 손바닥으로 벅벅 문대서 운 흔적을 지우려 함. "장해경 때문이야?" 겸우가 고개를 저음. 장...
기주가 현관 앞에 서서 신발을 반대로 신음. 여전히 오른쪽 왼쪽을 잘 구별하지 못해서 그걸 본 해경이 바꿔주려는데 기주가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더니 똑바로 신음. 그러곤 턱을 세움. “아빠 기주가 맞지?” 아이가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을 목격했음. 또 한 뼘 자라난 아이를 보며 해경은 조용히 웃음. 칭찬을 기다리며 기주는 눈을 반짝임. 감정 표현에 솔직한 겸우...
아이스크림이 문제야 02 “진짜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분홍색의 익숙한 아이스크림 가게 눈에 들어오자 한겸우는 차창에 이마를 대고 중얼거렸다. 당장 차에서 내려 아이스크림 가게로 뛰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카드란 카드는 모조리 압수당해 빈털터리다. 평소 현금이라도 인출해놨더라면 무일푼은 아닐 텐데. 너무 급작스럽게 압수당해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풍요 속...
살면서 이렇게 억울하기는 또 처음이다. “정말 안돼요?” 억울한 마음을 꾹꾹 담아 장해경에게 애원해봤지만, 그는 엄격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한겸우는 굳게 닫힌 애꿎은 입술만 응시했다. “어떻게 저한테 그럴 수 있는데요. 저 진짜 서운해요.” 서운하다는 말 한마디가 장해경의 심장 한 부분을 가격한 듯했다. 잠깐 그의 옅은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한겸우는...
유정인x한기주 싸가지없공, 연상공, 짝사랑수, 눈치없수, 햇살댕댕수 공과 수는 나이가 다르지만 유치원 때부터 쭉 같은 초중고를 나와서 불알친구나 다름없음. 수는 어렸을 때부터 공에게 반했고, 꼭 형과 결혼할 거라고 말하고 다님. 공은 옆에서 매일 얼쩡거리는 수가 좋지도 나쁘지 않음. 아마 오래 지내서 익숙해진 건지도? 그렇지만 수가 오메가가 되면 귀찮아질 ...
마기연은 옆자리가 빈 걸 깨닫고 한겸우 냄새를 좇아서 거실까지 나옴. 부엌에 있는 한겸우를 물끄러미 봄. 졸린 눈을 비비며 음식을 하는 게 기특하고 신기해서 한참 바라 봄. 그런데도 퉁명하게 말을 꺼내봄. “네가 왜 거기 있어?” “해경 선배 출장이라 오늘 오잖아요. 제가 아침 해주려고요.” “네가?” “네, 제가요.” 한겸우가 순간 마기연의 미간이 접힘....
07 칙칙. 스탭이 얼굴 가리개를 대자, 뒤에 있던 남자가 분무기를 발사했다. 안개 같은 작은 알갱이들이 공중에서 부서졌다. 녹우의 눈알이 바삐 움직이는 미용사의 손을 따라다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황당했다. 문조의 집에 가서 파티를 열겠다던 은형이 녹우를 데리고 곳은 보기에도 부담스러운 헤어샵이었다. 이상함을 깨닫기도 전에 커트보가 둘러지더니 의자...
06 참 이상한 일이다. 매일 수다스럽게 떠들던 벌레들이 지금은 입을 앙 다물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흐릿하던 머리가 오늘은 맑게 개었다. 꼭 흐릿한 안개 속을 유영하다가 빛을 따라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색안경 없이 보는 세상은 편안했다. 날카로웠던 신경들이 모두 스러졌다. 몇 시간 지켜 본 태정의 일과는 정말 심플했다. 강의실과 도서관을 ...
05 태정의 걸음은 여유로웠으며 날래고 우아했다. 아까 제 몸을 짓눌렀던 견고한 상체를 따라 내려가면 탄탄한 근육이 붙은 늘씬한 다리가 나타났다. 긴장할 때마다 섬세한 근육이 슬랙스 위로 도드라지는 걸 구경하던 녹우는 눈을 끔뻑였다. 언젠가 병원에서 봤던 다큐멘터리에 나온 재규어가 떠올랐다. 근육을 당겨 힘을 들이지 않고 석양을 향해 내달리는, 배고프지 않...
04 잘 가라고 손까지 흔들어놓고 홀린 듯이 발이 그가 갔던 쪽으로 따라 움직였다. 카페 밖 턱에 발을 올려놓은 녹우는 쉽사리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정면을 바라봤다. 마음속에 두 개의 마음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빨리 문조를 따라가라고, 따라가지 말라고. 마음이 울어대니 벌레들까지 합세해 짖어댔다. 녹우는 손으로 귀를 문댔다. 문조가 지나가자 조개처럼 입...
03 눈을 뜨자 세상이 희었다. 이럴 리가 없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누런 천장이 보여야 정상이었다. 후- 입으로 보자 종이가 팔랑팔랑 흔들렸다. 흰 세상은 작은 종이가 만든 것이었다. 그래, 그럴 리 없지. 조심성 없는 손이 종이를 그러쥐었다. 조그마한 악력에도 이마에 붙어있던 테이프가 쉽게 뜯어졌다. 종이를 뒤집자 동글동글 예쁜 글씨가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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